

설악산 봉정암에 다녀왔다. 백담사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백담사까지 가서 봉정암까지 올라갔다가 같은 길로 내려왔다. 제미니에게 물어보니까 10시간에서 12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보조배터리, 랜턴까지 챙겨서 갔는데, 총 소요시간은 9시간 25분이 걸렸다.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백담사 주차장으로 오후 4시 25분쯤 돌아왔다.

백담사 버스 이동시간 및 백담사 구경한 시간을 제외하면 8시간 23분이 걸렸다. 이동거리는 24.32km였다. 봉정암에서 미역국을 먹고 잠시 쉬고 적멸보궁과 사리탑을 구경하는 데 걸린 시간이 1시간 25분 정도였다. 올라가는 데 3시간 25분이 걸렸고, 내려오는데 3시간 35분이 걸렸다. 내려오면서 수렴동 대피소에서 간식을 먹어서 올라갈 때보다 10분 더 걸린 것 같다. 순수 등산 시간은 7시간이다.
백담사 버스

1x번째로 승차권을 구매했다. 백담사 주차장에 6시 20분쯤 도착했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등산화를 갈아신고 차에서 쉬다가 매표소로 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길래 나도 6시 45분쯤 가서 줄을 섰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고 평일이라서 사람들이 적당히 있었다.
갈때는 운전석 뒤쪽 창가 자리에, 올때는 반대편 창가 자리에 앉아야 백담계곡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9월까지는 내려오는 마지막 차가 오후 7시라고 한다. 겨울에는 5시, 6시로 달라지니까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영시암부터 백담사까지 내려오는 길도 엄청 멀게 느껴지는데, 22~24km를 걷고 나서, 버스로 다니는 길 7km를 또 2시간 동안 걸어내려올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그런데 그 길을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남자는 핑크
봉정암에서 내려오는 데 70~8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핑크색 싱글렛 등 트레일 러닝을 하는 듯한 복장으로 나를 앞질러갔다. 봉정암으로 올라갈 때는 못 봤는데 더 위쪽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를 백담사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봤다. 그 7km의 길을 걸어서인지 뛰어서인지 내려가고 있었다.

바로 이 구간이다. 백담사 버스 및 국립공원, 사찰 관계자들 차량만 다니는 길이라서 그런지 네이버지도에서 '도보'만 검색된다. 사람들이 7km라고 해서 7km인줄 알았는데 6.5km, 도보 2시간 이상으로 나온다.
백담탐방지원센터

백담사 버스에서 내려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백담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거기서 화장실을 가는 것이 좋다. 영시암 화장실은 공사중이었고, 수렴동 대피소 화장실은 푸세식이라 이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어쩌다보니 2번 이용했다.
백담사 버스에는 30명 정도 타는데, 백담사에 도착하자 2/3 정도는 백담사쪽으로 갔고, 나머지 1/3은 봉정암 방향으로 갔다. 이날 선두 그룹은 트레일 러닝 복장을 한 사람들이었는데 적당히 거리를 두며 따라가다가 오버페이스를 했다.
영시암

영시암까지 55분이 걸렸다. 내 페이스로 왔으면 더 걸렸을 것이다. 괜히 앞에 있는 사람들을 따라가냐고 평소 속도의 150%로 걸었다. 덕분에 시간을 많이 단축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5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3시간 25~35분이 걸렸다.

4암자 코스로 오세암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이번에 봉정암에 가는 것이 처음이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오세암을 거치지 않는 쉬운 길을 선택했다. 내년에는 오세암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

나는 봉정암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코스가 있었다. 대청봉까지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공룡능선을 간다는 사람도 있었다.

수렴동 대피소까지는 1시간 20분이 걸렸고, 거기서 화장실에 들렀다.

올라가는 데 정신이 없어서 설악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늦기 전에 내려올 생각으로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전날 인제군에서 1박을 하고 새벽에 백담사 주차장으로 왔는데, 원래의 계획은 봉정암에 다녀온 후 인제에서 1박을 더 하고 다음날 천천히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일이 있어서 당일 바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20여 km를 걷고 2~3시간 운전을 할 생각에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쌍룡폭포


이런 폭포들도 그저 사진만 찍고 지나갔다. 내려올 때 보니까 쌍룡폭포 전망대 바닥에 앉아서 쉬는 단체가 있었다.

한참을 왔는데 아직도 1.6km가 남았다.


쉬어가라는데, 숨만 고르고 계속 갔다.

붉게 물든 나무 한 그루도 보였다. 10월이 단풍 시즌일텐데, 그런 혼잡함을 피하고자 한 박자 빨리 9월에 왔다.
해탈고개

드디어 해탈고개 시작 지점에 도착했다. 마지막 500미터가 남았다. 여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백담사에서 영시암, 수렴동 대피소까지는 거의 평지와 같은 무난한 길, 수렴동 대피소부터 해탈고개까지는 약간의 오르막, 계단이 있는 길, 해탈고개부터 봉정암까지는 오르막이다.

마지막 500미터는 이런 오르막을 올라가야 했다.
봉정암

누군가 도토리로 봉정암이라고 만들어놨다. 1박을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직도 200미터를 더 가야했다.

봉정암 일주문 건립공사 중이었다. 일주문 공사를 하는 곳이니 정말 다 온 것이었다.

점심 공양이 11시부터라는데 배가 안 고파서 사리탑부터 보러 갔다.
적멸보궁


도착해서 왼쪽으로 가야 사리탑이 있는 곳인데, 그걸 못 보고 지나쳐서 적멸보궁부터 갔다. 적멸보궁 가는 길이 소청, 대청으로 계속 가는 길이었다.

잠시 기도를 했다. 5대 적멸보궁에 가는 것 외에 특별한 기도를 하기 위해 봉정암에 왔다. 지난 번에는 영월 법흥사에 다녀왔는데, 아직 글을 안 올렸다. 33관음성지 사찰도 가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봉정암은 33관음성지가 아니었다.

사리탑


올라갈 때 한 번, 내려올 때 한 번, 삼족섬을 만졌다.



사리탑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기도를 했다. 첫 사진으로 올린 것이 사리탑과 헬기가 나오는 사진이다. 올라오는 동안에도 헬기 소리가 계속 났다. 대피소 물품을 나르는 줄 알았는데 봉정암에 멈추었다. 일주문 공사 자재를 나르는 것인지, 봉정암 물품을 나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봉정암에 오기로 마음 먹었을 때 처음에는 가방에 쌀 5kg를 넣고 올 생각을 했었다. 쌀밥과 미역국 등을 제공하니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헬기 등으로 나르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안 가져왔다. 알고리즘 때문에 봉정암에 관한 내용이 자주 뜨는데 미역을 가지고 올라갔다는 사람도 있다. 헬기 등으로 운반하더라도 쌀이든 미역이든 필요할테니까 가지고 올라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도를 하는 곳이라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고 적혀있는데도 발자국들이 보였다. 무례한 사람들이 있다.



사리탑 뒤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전망이 좋은 곳이 있다고 해서 올라왔다. 사리탑을 바라보고 사리탑 뒤쪽은 공간이 없고, 사리탑을 바라보고 나의 뒤쪽으로 바윗길이 있다. '사리탑 뒤쪽'의 의미는 '사리탑을 바라보고 나의 뒤쪽'이었다.


공룡능선 등 이것 저것 보인다는데 아는 만큼 보이듯이 보이는게 없었다. 다음달에 오색-대청 코스, 내년에는 사암자 코스, 공룡능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무슨 열매도 보였다.

내려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사리탑, 적멸보궁, 화장실 등의 위치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적멸보궁의 기도 공양 시간이 11시 30분부터라고 한다. 나는 그걸 모르고 30분 조금 전에 들어갔다. 어쩐지 사람이 한 명도 없더라. 의도치 않게 실례를 했다.
하산

봉정암에서 1시간 20~30분 정도 있다가 내려갔다.



올라올 때는 사진을 많이 안 찍었는데 내려가면서는 좀 찍었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는데, 겨울이나 비가 왔을 때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계곡도 종종 보였다. 엄청난 물 소리도 들렸다.
설악산 다람쥐 (1)

설악산 다람쥐들이 등산객들에게 겁도 없이 다가온다고 봤다. 나도 이번 산행 중에도 다람쥐를 만나고 싶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줘도 괜찮은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알밤 하나를 가져와서 주고 싶었다. 엄청 큰 알밤 하나를 주면 다람쥐가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결국 파는 곳을 못 찾아서 빈손으로 왔다.

올라오는 동안 멀리서 다람쥐 몇 마리를 보긴 했지만 가까이 온 것은 처음이다. 쉼터에서 사탕을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 비닐소리를 듣고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줄 것은 없고 그냥 다시 내려갔다.


다람쥐들이 월동준비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등산로에 널린 것이 도토리였다. 누군가 도토리로 '봉정암'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도토리가 많이 보여서 설악산 다람쥐들은 굶어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토리보다 등산객들이 주는 음식의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올라올 때는 땅만 보고 왔다가 내려갈 때는 풍경이 보였다.


백담사까지 8.4km가 남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혹시 몰라서 선크림 듬뿍 바르고 왔는데 그늘진 곳이 대부분이라서 필요 없었다.


계곡 주변이로 경고등이 자주 보였다. 경고등을 보면서 네팔 생각이 났다. 네팔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피해가 좀 줄었을까.



여기에도 계곡 주변에 경고등이 있다.



12.9km의 중간 지점이다. 거리가 엄청나다.


위험해 보였다. 저기 빠지면 물살에 빠져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 모르겠다. 밑에쪽을 보니까 스위치가 있었다. 수동일까, 자동일까.


수렴동 대피소


드디어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다. 올라갈 때는 지도를 거의 안 봤다. 해탈고개 시작 지점까지만 가면 500미터가 남은 것을 알고 있었고, 등산로가 잘 되어있어서 길을 잃을 가능성도 적었다. 내려올 때는 지도를 자주 봤다. 수렴동 대피소는 언제 나오나, 화장실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수렴동 대피소 화장실을 한번 더 이용했다.
백담사, 영시암, 수렴동 대피소, 봉정암 등에서 식수 보급이 가능하다고 해서 물을 1L만 가져갈 생각도 했다. 그런데 무겁게 2.5L 가져갔고, 올라갈 때 이온음료 1L, 물 1.5L를 거의 다 마셨다. 빠르게 이동하면 버스에서 내려서 백담사는 아예 안 들르고 가고, 영시암에 커피믹스 등은 보였지만 영시암도 1시간 거리이니까 그냥 지나쳤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생수를 구입할 수 있다고 봤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고 없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래서 물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봉정암에는 식수대가 있었다. 내려올 때도 2.5L를 챙겼는데, 1~1.5L만 마신 것 같다.
설악산 다람쥐 (2)

수렴동 대피소에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간식을 먹으려고 앉았더니 다람쥐가 나타났다.

꿀이 들어간 빵이 있었는데, 그냥 혼자 다 먹었다.

꿀이 묻은 빵을 줬다면 다람쥐에게 혈당 스파이크가 왔을 것 같다.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영시암부터 백담사까지 1시간 거리이다.


천천히 내려와도 괜찮은데, 최대한 속도를 냈다.

3시간 35분의 하산이 끝났다. 무사히 내려온 것에 감사했다.
백담사


올라갈 때 그냥 지나친 백담사를 구경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입구 근처만 조금 보고 버스를 타기 위해 돌아왔다. 걷기 힘들기도 했고, 다음 버스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나중에 여유를 갖고 백담사만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이렇게 9시간 25분의 일정이 끝났다. (버스 타는 시간 포함)
봉정암에 세 번은 가야한다는데... 매년 2~3번씩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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